■ 부부간 의사소통
날마다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존재해야 할 사랑, 관심, 행복을 느끼지 못한 채 실망과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생활하고 있는 부부들이 상당히 많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서 상처로 얼룩지고 끝내는 사랑이 증발되어 버린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가정의 주체는 부부다. 부부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때 모든 가족은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그 가정은 불행하다. 그러므로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부부가 오순도순 살아가야 한다. 단란한 부부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은 그만큼 중요하다. 여기에서는 홍경자(2007)의 '바람직한 부부간의 대화기법'을 중심으로 부부간의 의사소통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 갈등을 해결하는 부부간의 대화기술
부부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풀어 나가야 한다. 부부 갈등을 방치하게 되면 한쪽은 가해자 역할을 하고 한쪽은 학대받고 원망하는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굳어져 끝내는 그 양식을 깨뜨리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다음에 제시하는 6단계 대화기술을 통해 부부간에 발생한 문제를 풀어보자.
대화는 문제를 느낀 쪽에서 먼저 시도하게 된다.
1) 제 1단계 : 먼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흥분된 상태에서 화가 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사태만 악화될 뿐이고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된다. 그러므로 효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화를 시작할 때는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다짐하거나 글로 써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나는 담담하게 이야기할 것이다.", "내 아내(남편)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며 다정하게 말할 것이다", "나는 움츠러들거나 약자의 위치로 내려가지 않고 인격적으로 대등한 입장에서 말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를 존중하는 태도다."
2) 제 2단계 :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숙고한다
배우자에게 말하기 전에 말해야 할 내용을 글로 적어보고 거울 앞에 서서 말하기를 연습해 보도록 한다. 이것이 힘들면 길을 걸어가면서 또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연극하듯이 혼자서 말하기를 연습해 보도록 한다. 그리고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먼저 규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아내를 믿고 돈을 벌어 오는 대로 모두 아내에게 주면 아내는 그 돈을 며칠 안으로 탕진한다고 하자. 아내는 친구들과 어울려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사치하기를 좋아한다. 당신은 이 문제를 가지고 가끔씩 아내와 말다툼을 벌인 적이 있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대화로써 금전 사용 규칙을 아내와 함께 제정하려고 한다. 당신이 할 일은 다음과 같다.
① 문제점을 명료화하고 그 문제점에 대하여 부부가 일치된 견해를 갖도록 한다
당신이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면 당신이 말한 목적은 아내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거나 아내를 질책하고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화풀이나 질책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보, 당신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돈을 그렇게 물 쓰듯이 해서야 어찌 살겠어. 에이, 재수 없어!"
무엇이 부부간에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점인가에 대하여 분명하게 언급하는 것이 문제해결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위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진술하는 것이다.
"여보,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돈 쓸 일이 많은 것 같고, 또 씀씀이도 헤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당신의 생각은 나하고 다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 부부간에 금전을 사용하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어서 그것이 항상 말타툼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생활비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겠어요."
② 먼저 긍정적인 표현을 한다
'지혜로운 결혼생활'의 창시자인 고트만은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끝내느냐 또는 행복하게 유지하느냐는 부부 사이에 얼마나 많은 부정적 또는 긍정적 표현을 하고 사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였다.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대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부부는 이혼할 확률이 높다고 고트만은 지적하였다.
● 배우자의 특성을 비난한다.
●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방어적으로 나온다.
● 배우자를 모욕하고 학대적인 태도를 보이며 멸시한다.
● 벽창호로 대한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서로 간에 긍정적인 언어를 자주 구사해야 한다. 그것은 칭찬, 인정, 감사의 말을 통하여 배우자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말은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그 가슴에 사랑의 꽃이 피어나게 해 준다.
"당신은 참 세련되었어, 어떤 옷이든지 잘 소화해 낸단 말이야", "당신은 어쩜 그렇게 기억력이 좋아요, 한두 번 갔던 길을 오랜만에 다시 왔는데 영락없이 찾아낸단 말이에요, 내가 매번 감탄한다니까", "당신이 적은 월급을 타 와도 불평 없이 살림을 꾸려가 주니 아주 고맙구려, 당신만큼 알뜰한 살림꾼도 없을 거야", "당신 고생했지요?" 그래요,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누군가가 나를 지극한 마음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며 인정해 주고 있다는 믿음이 자기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인생의 험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하고 비천한 상황에서도 미소와 행복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다.
③ 평가적인 표현보다 객관적인 표현으로 말한다
아내의 행동에 대하여 '잘했느니, 못했느니'라고 도덕적으로 평가하고 질책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좋다.
"아이고, 내 팔자야. 도대체 당신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돈만 보면 어디다 쓸까 하고 돈 쓸 일만 생각하니 당신은 집안일을 망칠 여자야, 에이 재수 없어!"
이런 표현을 다음과 같이 바꾸도록 한다.
"여보, 두 달 전에 내가 공사를 마치고 받은 대금을 당신한테 전부 주었자나요? 그런데 예금통장의 잔고가 두 달 사이에 이것뿐이라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당신에게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나서 말하는 거니 언제쯤 시간을 내서 우리 부부가 금전 사용 원칙을 세우 보도록 합시다."
3) 제 3단계 : 배우자에게 직접 이야기한다
당신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다음에는 상대방과 직접 맞닥뜨리도록 한다.
① 대화하자고 건의한다
갈등이 생긴 원인에 대해 대화를 하자고 배우자에게 건의한다.
② 다시 거론한다
배우자가 싫다고 하면, 얼마의 기간이 경과한 다음에 다시 문제를 거론하도록 한다.
③ 대화하기를 포기하지 말라
이때 유념할 것은 상대방이 당신과 상의할 의사가 없음을 표명하더라도 그와 대화하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배우자가 다른 쪽 배우자에게 수십 번 부탁하지만 번번이 묵살될 때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아예 단념해 버리기 쉽다.
그러나 포기와 단념으로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만성적으로 악화되어 부부관계에 더 깊은 골을 만들 가능성이 많다.
④ 상대방의 협조를 얻어낼 수 없을 때는 당신 독자적으로 행동하도록 한다.
배우자에게 대화하기를 당신이 수차례 요청했지만 상대방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는 그를 비난하고 원망, 분노할 필요가 없다. 배우자는 변화할 의사가 없고 또 변화하기가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당신 쪽에서 당신이 그 문제를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경제적인 관리능력이 부족한 아내에게 당신이 금전 관리를 위임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제부터는 당신이 독자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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