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교환이론
사회교환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과 이를 위해 치르는 부담 또는 대가를 계산한다. 보상에서 비용을 빼면 결과 또는 이득이 된다.
(1) 보상과 비용
보상은 그 관계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것들이다. 돈과 선물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애정, 인정, 지지, 존경, 수용 등이 모두 보상이 된다. 원하는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관계를 가꾸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가 하면 여러 가지 갈등과 불안함도 견뎌야 한다. 비용은 시간, 노력, 갈등, 불안, 짜증 등 여러 가지 형태를 취한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친구가 도서관에서도, 당구장이며 술집, 쇼핑 등에도 늘 함께 가자고 할 때, 즐거움, 인정, 지지 등은 보상이 되고, 반면 시간 낭비, 자기 생활을 못 하는 것 등은 그 비용이 된다. 보상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생각하면 이 관계는 '부담'이 된다.
무엇을 보상이나 비용이라고 느끼는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큰 보상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리 큰 보상이 아니거나,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큰 희생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 희생이 아닐 수 있다. 집에 돈이 많으면 '돈'이 비용이 아니고, 조폭 같은 친구에게는 맹목적 충성이 무엇보다 큰 보상일 수 있다. 남이 부러워하는 것이 큰 보상이라서 예쁘고 날씬한 공주님 같은 여자친구의 온갖 횡포를 달게 감수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떤 관계에 머무는 것은 얻는 것이 비용보다 많기 때문이다. 친해질 때는 보상만 눈에 들어오다가 비용이 점점 크게 의식되면서 '싫증'이 나고 관계가 나빠진다. 그러나 가치 있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그 관계에 머물렀다는 것을 인정하면 좋게 끝을 낼 수 있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을 즐겻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횡포를 받아준 것이며, 내가 관계에 머물기로 선택한 것이지 누가 내게 강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어떤 관계에서 기대하거나 얻는 보상이란 우리에게 필요한 것, 즉 욕구 충족이다.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은 인정을 충분히 받으면 보상을 받는 것이지만, 그 충족을 위한 비용이 너무 커지면 관계를 떠나고 싶다. 또 우리 각자에게는 동시에 여러 가지 욕구가 있다. 가령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고 존중도 받고 싶으며 자율과 독립도 원하는 것이다. 한 가지 욕구가 충족되는 보상을 위해 다른 중요한 욕구가 희생된다면 그 관계에 대한 갈등이 점점 커지게 된다.
(2) 결과의 평가
보상에서 비용을 뺀 결과는 여러 가지 기준에 비추어 평가된다. 대체로 지금의 관계에서 얻는 결과가 비교 수준의 결과보다 좋으면 그 관계에 만족하는 반면, 지금 수준이 비교 수준보다 낮으면 불만족스럽게 느껴진다.
① 우리는 현재의 관계를 과거에 경험한 유사한 관계와 비교한다. 과거가 현재보다 좋았다면 현재의 관계에 불만을 느끼게 되는 반면, 현재가 과거보다 긍정적일 때는 만족을 느낀다.
② 하나의 관계를 다른 관계들과 비교할 때, 대안이 없으면 더 만족이 크다. 현재 사귀고 있는 친구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친구가 달리 없을 때에는 이 친구와의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③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현재 자신의 관계를 비교하기도 한다. 유사한 관계로부터 다른 사람들은 더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고 느낄 때 자신의 현재 관계에 불만족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데이트 상대와의 관계에서 얻는 만족감보다 내 친구가 자기 상대에게서 얻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여겨질 때, 내 상대가 더욱 불만족스럽게 느껴진다.
④ 자기가 선택한 관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지의 여부도 현재의 결과를 평가하는 비교수준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관계를 스스로 선택하였고 관계 맺는 방식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만족도 더 크다. 반면에 상대방에게 끌려다닌다고 느낄 때는 그 관계에 만족을 못 한다. 그러면서도 대안이 없을 때는 그 관계에 안주하는 일이 많다.
결국 어떤 관계로부터 얻은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는 그 관계가 지속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다른 관계를 찾게 된다. 대인관계란 서로 얼마만큼 주고 얼마만큼 받느냐 하는 것 사이에서, 받고 싶은 것과 실제로 얻는 것 사이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이다. 비용이 보상보다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관계가 지속되거나 끊어진다. 이러한 '계산'과정은 대부분 의식되지 않는다. 교환이론은 인간을 타산적인 '경제적 동물'로 보고 대인관계의 '주고받는' 측면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인관계에서 만족을 주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는 점은 이 이론의 큰 공헌이다.
(3) 공짜는 없다.
교환이론이 맞다면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우리는 지나치게 베푸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한다. 그가 '바라는'게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기만 하는 편에 서는 사람은 그것이 상대방을 압박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도 언젠가는 좌절을 느끼리라는 것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사랑도 '공짜'가 아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가슴을 치는 부모는 자신이 베푼 만큼 못 받아서 분한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순종과 '효도'를 기대하고, 빚을 갚을 길 없는 자식들은 부모를 피하며 역설적으로 '불효자식'이 되기도 한다. 왜 역설적이냐 하면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갚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인들은 흔히 만나면 같이 밥을 먹는데, 밥값을 내는 데서 이런 교환의 법칙이 있다. 가까운 관계에서도 조직에서도 밥값을 내는 적이 없는 '얌체'나 '짠돌이'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한편 늘 밥값, 술값을 도맡아 내는 사람은 뭔가 '바라는' 게 있다고 믿어진다. 바라는 보상은 어떤 자리에 선출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어려운' 부탁일 수도 있고 그냥 애정이나 충성심일 수도 있다. 선물 주고받기도 마찬가지이다. 친구 생일에 비싼 선물을 했는데 그가 내 생일에 싸구려를 갖다주면 마음이 상한다. 또 별 이유 없이 값비싼 선물을 받으면 '원하는 게 뭐지?' 또는 '나 모르는 큰 잘못을 저질렀나?' 같은 의문이 든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베풀고 상대방이 주고 싶은 것을 기꺼이 받는 관계를 꼭 타산적인 거래라 볼 필요는 없다. 사실 서로 존중하는 사이에서만 이러한 공정한 상호성이 가능하다. 성인의 대인관계에서는 좋다고 무엇이나 줄 수도, 싫다고 함부로 거절할 수도 없기 때문에, 대인관계의 교환성을 잊지 않아야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다. "10만 원짜리를 선물했는데 2천 원짜리를 선물하다니"라는 계산을 할 때 자신이 치사하다고 비난하기보다는 "나에게 그는, 그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계기로 삼는 편이 낫다. 계산을 안 하려고 하면 더 치사한 계산까지 하므로, 계산을 잘하려고 하는 편이 더 당당하다. 받는 만큼 주어야 한다는, '공짜는 없다'는 법칙을 알면, 받으면서도 상대방이 지금 또는 나중에 받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줄 수 없거나 주기 싫은 것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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